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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왜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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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6  09: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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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효석 담쟁이문화원장

"말귀 알아듣는다"는 말을 요즘 젊은이들이 알까요? 말귀는 눈치, 이치로 바꿔 써도 되고, 화두 또는 본질과 비슷한 말입니다. 즉, "눈치가 빠르다, 이치를 안다, 화두를 찾다, 본질을 보다"와 닮은 말이지요.

엊그제 어느 강사가 과거 우리 사회 젊은이들은 자기 생각을 맘껏 드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살려고 할 때마다 기성세대에게 제지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어딜 봐?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뭔 말이 많아?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해." 같은 말이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는 말귀를 알아듣고 눈치가 빨라 상대방 의중을 잽싸게 파악하여, 줄을 잘 서는 사람이 출세했다고 했어요. 말하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듣기와 읽기에만 주로 매달리던 세태를 비판하며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게 지난 70~80년대 한국만 그랬을까요? 고려 시대, 명나라와 청나라,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 미국 남북전쟁 시대, 로마 황제시대, 징기스칸 시절, 투르크 제국에서는 말귀를 못 알아듣고 눈치 없는 사람도 대우를 받았을까요?

나는 젊은 시절 공교육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와 교사, 학생의 위상을 고민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교사니까 학생을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 잘 가르치는 것이 본분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야하는지, 학생들과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열정만 지닌 채 강단에 섰습니다. 그래서 나를 거쳐 간 학생들에게 지금도 미안해요.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춰야할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아이가 초중고 12년을 제대로 수료했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해하고, 그걸 남에게 설명할 수 있으며, 익힌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사회화되어,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약속을 이해하는 사람, 다중 속에서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따라서 편협한 사람, 꼴통 꼰대,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군림하는 사람, 일방적 주장을 강요하는 사람, 미신에 현혹된 사람이 우리 사회에 넘쳐난다면 우리 사회의 공교육이 실패한 것입니다.

이런 걸 일찍 알았더라면 지난 날 교실에서 학습 목적을 좀더 분명히 하여 좀더 재미있게 학생들과 생활했을 겁니다. 지식을 많이 전달하고 문제 푸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도덕적 당위를 강조하는 것이 교사의 본질은 아니었어요.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선생은 먼저 태어나 후학에게 말귀를 일깨워주는 사람이며, 학생은 선생과 지내며 말귀를 하나씩 익혀나가는 사람입니다.

국어 교사는 국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치를 이해시키고, 수학 교사는 수학을 도구로 학생들에게 본질을 찾게 합니다. 역사 교사와 미술 교사는 그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삶에서 화두를 찾아내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읽기와 듣기 중심으로 교사가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에게 말하고 쓰게 해야 말귀 알아듣는 수준을 교사가 확인하기 쉽습니다.

나는 그때 그걸 몰랐습니다. 학교와 학생을 제대로 보는 눈치가 없었던 거죠. 제대로 된 선생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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