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국 부천시의원

부천시 행정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자리를 만드는 위인설관식’의 억지행정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일부로 가로청소업무 일부를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일도 억지행정, 특혜행정의 표본이다.

가로청소를 민간기업에 맡길 때 지출되는 기업이윤 10%를 절감하겠다며 비영리법인에 위탁한 것이라고 한다. 기업에 일을 맡기면 이윤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굳이 이 돈을 아끼고 싶다면 시에서 직접 가로청소를 하면 될 일이다. 안하고 있는 일도 아니다. 지금도 시직영 미화원이 있고 시설공단에서도 하는 일이다. 전체 미화원 185명의 73%인 136명이 사실상 시의 직접고용이다.

민간기업에도 49명의 미화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예산을 아끼겠다며 2007년부터 민간청소업체에 위탁한 것이다. 이런 식의 민영화는 노동자의 급여를 줄여서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므로 미화원 노동조합 등에서도 반대하는 일인데, 비용을 줄인다며 자행된 일이다. 시가 운영하는 비정규직지원센터도 이미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청소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는 직접고용만이 해결책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시는 이번에 또 다른 형태의 민영화를 시도했다. 민간기업에 근무 중인 미화원 9명과 직접고용 5명을 빼내서 비영리법인에게 맡긴 것이다. 청소사업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면서 사전 검토도 없었다. 민간기업 대행과 직접고용의 차이점, 민영화의 적정규모, 청소업무의 효율화 등을 분석하지도 않은 것이다. 새로운 민간위탁을 하기 전에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치라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적한 내용인데도 검토는 커녕, 의회업무보고에서 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기습시행이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기업도 많다. 그런데 위탁자격은 오로지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했다. 가로청소를 비영리법인에게 맡긴다니, 그 일을 무슨 새마을 운동 쯤으로 보는 것인가? 가로청소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은 새마을지회 뿐일 것이다. 사실상 특정법인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는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지역사회의 공공공한 비밀이기도 했다.

위탁을 받은 법인은 사단법인 부천지역노사발전협의회다. 이 법인은 부천노총과 상공회의소 관련 인사들이 5:5로 참여하여 2013년에 만든 법인이다. 가로청소업무를 하기 위한 법인이 아니다.

법인의 한 축인 상공회의소에 이 사업과 관련하여 문의했더니 한국노총이 하는 일이라 자기들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상 한국노총부천지부가 이 사업의 수탁자임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조합 연합체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가 되어버린 기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은 한국노총부천지부에 무슨 빚을 졌나? 협약서를 만들어가면서까지 근로자장학재단을 지원하려하고 가로청소업무까지 맡기고 있다. 미화원 90명까지 사업을 확대시켜줄 것이라는 말도 떠돌고, 누구는 은퇴하여 이 사업 사장일을 전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도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수탁자는 '이번 사업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률을 높이는 실험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고령자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러시에 대응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모델을 발굴·확산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다 창출된 일자리를 거저 받아서 일하는 것이 무슨 일자리 창출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사람이 온전하게 하던 일자리를 준 고령자 두 명에게 나눠주면 일자리 나누기고 고용률 상승인가? 말장난일 뿐이다.

부천시는 눈가리고 아옹하지 말고 오직 청소업무의 효율과 근로자 복지만을 보고 공명정대하게 사업을 결정해야할 것이다. 수탁자는 권력에 특혜를 바랄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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