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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은 국민세금 눈먼 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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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22  12: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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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영 전 부천시 감사관(공인회계사&세무사)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무실을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맡겨지는 모든 일이 무척 감사했던 2007년 무렵입니다. 나라에서 지원받은 돈에 대한 정산서류를 만들어 달라는 업무를 의뢰받았습니다. 당연히 지출증빙을 요청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는 안 된다고 했더니 놀랍게도 어디에선가 증빙들을 만들어왔습니다. 크게 문제가 될 일이라고 안내를 하고 정중하게 돌려보냈습니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했던 시절, 받기로 했던 보수는 아까웠지만 不正에 동참할 수는 없었습니다. 

3년 뒤 부천시 감사관이 되었습니다. 부천시 및 산하기관에서 민간분야에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지원 대상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는지, 지원 금액은 체계적으로 산출하는지, 보조금 정산이나 성과평가는 형식적이지 않은지, 보조금 사용에 위법은 없는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문제가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단호하게 조치하는 과정에서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부천시가 지급한 돈이 엉뚱하게 쓰이게 될 가능성을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유한한 임기를 가졌기에, 공직을 떠나기 전에 지방보조금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시장의 적극적인 관심도 있었습니다. 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 및 정산검증 제도를 연구했습니다. 제도의 기본적인 내용도 설계가 되었습니다. 시장의 결재까지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미완의 과제로 남기고 임기를 마쳤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련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점,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을 거라는 일부의 의견, 시행 관련 예산의 부족 등이 생각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국비보조금 분야에서는 이미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중앙부처 등으로부터 일정금액 이상의 국비보조금을 받는 경우에 대한 회계감사 또는 정산검증 제도는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접해보면 보조금 사용의 투명성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제정된“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보조금 분야도 동일한 제도가 시행됩니다. 

가령 부천시로부터 3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경우 이에 대한 실적보고서를 반드시 외부감사인에게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연간 지원받은 금액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그 기관이나 단체 등은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외부 회계감사의 대상이 됩니다. 법에 명시된 의무사항입니다. 

계획했던 대로 2015년에 시행을 했으면 청렴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부천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을 했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 안이함은 탓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자책도 하게 됩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단체장은 물론 관련 공직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보조금에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등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수입니다. 그저 형식적인 시늉만을 하면 보조금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번거로운 절차만 더해질 뿐입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연간 수백 또는 수천억 원 이상이 예산에 편성되는 보조금. 정말 필요한 곳에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지급되어야 하고, 원래의 목적에 맞게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모여진 나랏돈이 누군가에게 공돈으로 주어져서는 절대로 안 되니까요. 새롭게 시행된 제도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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