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웅석 대표기자

부천이 이름을 날렸다. 정확히 말해 소사구다. 지방자치시대에 전국에 이름을 알린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부천의 이름이 알려진 이유는 대한민국서 차가 가장 많이 막히기 때문이다. 부천이 차가 막힌다는 건 오래된 사실이지만 서울 강남 등 내로라하는 주요 길목을 물리치고 1등을 한 것은 씁쓸한 충격이다. 부천이 교통지옥 전국 1위 도시라는 오명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과거 부천은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공단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잠만 자는 도시, 베드타운으로 불린 곳이었다. 집값이 비싼 서울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밀려 밀려 정착한 위성도시였던 셈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 때도 부천은 그들에게 잠시 꿈을 유보한 도시였다.

이러했던 부천이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과거 어두움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그 결과 부천은 가히 문화도시라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도시를 상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향유하게 됐으며 세계 장르영화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티영화제가 탄생했다. 만화도시 부천으로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오늘의 부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민선 1기 이해선 시장의 부천영화제가 큰 역할을 했다. 원혜영 시장시절 부천은 ‘문화도시 부천’의 틀을 완성하고 현재에 까지 이르고 있다.

부천은 중동신도시 건설과 함께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와 인구 100만에 가까운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시민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부천은 분당, 일산, 평촌 등 같이 출발한 1기 신도시들에 비해 뭔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중동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분양당시 분당신도시와 같았거나 더 높았지만 지금은 분당에 비해 60~70%선에 불과하다. 일산신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 교육환경, 교통환경 등 주변 요인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로마와 같은 도시의 가치와 명성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부천시민들은 물론 부천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자부심 넘치는 부천을 꿈꾸고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부천의 발전과 시민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거 후보자들의 공허한 외침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진실로 그 후보자들이 부천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성고문, 범죄발생률 1위, 세도사건, 교통지옥 같은 수식어를 떼어내야 한다.

이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부천을 끌고 갈 사람, 그는 누구인가? 
 

박웅석 기자  webmaster@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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