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국시의원

이 달 1일에 7대 시의회가 이 달 출범했습니다. 원 구성을 위한 이틀 간의 회의를 한 후 20여일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22일, 사실상 7대 의회 첫 회기를 맞이합니다.

처음 시의회에 입성한 분들의 각오도 대단하겠지만 세 번째 임기를 맞는 사람도 설렘과 두려움이 없지 않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재정문화 상임위원회가 낯설고, 3선 의원의 관록을 기대할 것이라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며, 제 스스로 선택한 무소속으로 시작하는 것이라 설레기도 합니다.

처음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선거 때 공약한 내용을 점검하고 우선 착수해야 할 일들을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도 있고, 공무원과의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일도 있으며, 공개적인 의제 설정으로 싸워야 할 일도 있습니다.

시정질문은 공개적으로 싸워야 할 일이 있을 때 활용하는 의정활동 수단입니다. 시민과 공무원, 언론인 등이 주목하는 본회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감과 지지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기에는 노인병원 위탁기간 종료에 따른 대책을 중심으로 시정질문을 하겠다고 작정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내년 3월에 위탁기간 5년이 끝나므로 그 후의 운영방안을 공론화하자고 촉구했지만 아무 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는 부실행정을 추궁하고 향후 조치계획을 물을 생각이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위탁(사실상 임대) 방식을 중지하고 시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시립의료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시설을 수탁운영 중인 법인은 시의원 당선자 전원에게 축하화분을 보내는 등의 로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조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정질문 기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번 회기에는 시정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시의회가 스스로 결정해 버린 것입니다. 나아가서 종전처럼 1년에 4번 정도만 시정질문을 하도록 고치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의욕적으로 시작하려한 첫 회기를 망쳐버린 기분입니다.

시정질문을 하려면 의원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안을 정확히 파악해야 공개적인 망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남들 만큼 시정질문을 하지 않으면 노는 의원으로 비칠까봐 눈치가 보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오죽하면 친한 공무원에게 시정질문을 대필시키는 의원이 있다는 소문이 있겠습니까? 시정질문에 긴장하기는 공무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당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문1답으로 진행되는 보충질문에서는 팽팽한 긴장이 조성되기도 합니다. 시정질문은 시의원과 시장, 공무원들을 모두 공부하게 만드는 좋은 제도입니다.

우리 의회는 시정질문을 원하는 의원이 있으면 회기마다 자유롭게 시정질문을 허락해 왔습니다. 6대 의회 중반부터 시행해 오는 관례입니다. 시정질문이 매 회기에 골고루 분산돼 회의의 효율도 높였고 의원 개개인으로서는 발언기회도 많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관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식이 회의 진행에 무리를 준 것도 없고 집행부의 긴장감을 높여 의회의 권위 확립하는데도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하루아침에, 전체 협의도 없이 뒤집어 버린 것입니다.

책임이 의회사무국의 보좌 직원들에게 있는 것인지 의장에게 있는 것인지 회의일정을 정하는 운영위원회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 모두에게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명백한 뒷걸음질입니다. 특별한 부작용이 발견된 것도 아닌데 의정활동 방식에 스스로 제한을 가한 꼴입니다. 회기 연장 등 개혁과제가 산적한데 뒷걸음질이라니요?

언제나 처음 한 번을 쉽게 용인해 버리면 그 건에 대해서는 다시 다잡기 어려워집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축하화분, 음료수 박스를 받아 버리면 다른 것도 거절하기 어려워 질 것입니다. 좋은 관행을 하나 없애는 것을 쉽게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여럿이 결정하는 일이니 괜찮겠지 하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28명 각자 각자가 책임있게 자기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선거 기간에 시민단체들이 회기연장, 상임위원회 생중계, 선물 안 받기 등의 의회개혁 과제들을 제기했습니다. 쉽지 않은 약속입니다. 이런 과제들이 의제로 올라왔을 때도 다른 사람들 핑계를 대며 넘어가던 것이 과거의 일입니다. 당선만 되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무엇이든 할 것 같았던 한 달 전까지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천포커스  webmaster@efocus.co.kr

<저작권자 © 부천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